간섭 없는 공원에서

Untitled (19)

Untitled (20)

 

어쩌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얼굴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봄은 공원에 들어설 때마다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며 보냈다. 록다운으로 썰렁한 시내와는 대조적으로 템펠호프 공원은 살랑이는 바람에 강아지풀이 눕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모두가 햇살을 즐기려 각자의 창문을 넘어 공원으로 쏟아졌는데, 피크닉을 즐기는 아이들은 공중에 연을 날렸고, 온몸이 타투인 커플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도 즐거운 듯이 웃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그림 같은 풍경’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평일 오후에도 나른한 얼굴들이 풀밭에서 기지개를 켰기 때문이다. 공원을 벗어나 거리로 나가면 세 가지 활동만 보였는데, 모두가 새로운 사회 규율을 적당히 따른 결과였다. 무리는 없었고 대부분 혼자 걸었다.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 언제까지 공원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 나도 작은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자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Untitled (21)

Untitled (30)

 

자전거를 타고 혼자 템펠호프 공원을 자주 돌았다. 페달을 열심히 밟아도 한 곳에 고여 있는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은 활주로 위로 구름이 해를 가렸다. 덕분에 거대한 구름 그늘이 져서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 안에 있어도 그늘의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져서 나는 엉덩이를 들어 전속력으로 그늘을 쫓아 달렸다. 그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느긋해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늘은 단숨에 저만치 물러갔다. 그림자를 놓치자 금세 눈이 부셨다. 달리느라 앞으로 쭉 내밀었던 목덜미도 어느새 따뜻해져 있었다. 

 

Untitled (31)

 

Untitled (13)

2 thoughts on “간섭 없는 공원에서”

    1. 그러고보니 요즘 포스팅이 없었네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가버릴 줄이야.. ^^;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안부 인사 감사드려요. 조만간 블로그에도 놀러갈게요오 🙂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