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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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카페테리아에 앉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까먹었다. 카페테리아에도 식사가 있지만, 도시락과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 최소 5유로는 아낄 수 있다. 40분 라이딩 후에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었고, 덕분에 소화할 겸 도서관을 빡세게 배회하다 겨우 쟁취한 책상에 앉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책상에 머리를 댔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이마가 너무 아파서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왔으니까 한 문제는 풀어야지. 집중해서 건축 역학 세 문제를 풀어보았다. 중력이 작용하는 지면 위에 두세 개의 Auflager를 놓고 보를 설치했을 때 각 Auflager에 수직,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을 계산하는 문제다. 건축 역학을 배우는 학부생이라면 기초적으로 배우는 누워서 떡 먹기 문제니까 술술 풀렸다. 그러나 내가 도출해낸 숫자는 미묘하게 정답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빵점. 세 문제 모두. 갑자기 10년 전 의무교육과정에서 생겼던 트라우마가 고개를 들었고 내 자유분방한 머리는 논리적인 물리와 수학의 멋진 문제해결에 감탄했을 뿐 제대로 소화한 적은 없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러니까 똑같은 실수를 오늘 반복하지 않더라도 내일 반드시 반복하는 스타일이었다. 답안을 보면 ‘아 맞아 맞아, 이렇게 푸는 거였었지’ 아니면 ‘어? 내가 왜 이렇게 썼지? 다음엔 실수하지 말아야겠다’하고 다음에 똑같이 틀린 논리를 세우는 이상한 학생… 지금 생각해보면 내 안의 문제는 아주 심플한 거였었는데 그땐 누구나 그렇듯 갈피를 못 잡았다. Anyway, 앞으로 사무소에서 일하려면 전공시험을 어떻게든 통과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난 숫자의 논리에 약할까. 과학이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그 논리를 지휘하려고 하면 그게 그렇게 낯설고 겸연쩍다. 뭐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만약 수학이 무서워 학업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은 없을 것 같다. 

 

 

 

 

 

KakaoTalk_Photo_2019-07-22-23-19-41 = 지금 나의 심정

 

4 thoughts on “절체절명의 위기”

  1. 으아, 학생시절 생각아네요 ^^;; 저도 구조계산하는 거 참 어려워 했는데.ㅋㅋ 지나고 나면..그거 쓰는 일 거의 없더라구요…특별히 구조설계사무소 가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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