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자매의 탄생»

단편소설 <자매의 탄생>은 브릿G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386030&novel_post_id=154610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완벽하게 녹여낸 단편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끝끝내 초점을 잃지 않은 점이 놀라웠어요. 이 이야기 속에서는 사랑과 성, 개인의 자유와 권리, 정체성, 그리고 삶의 의미가 모두 하나의 실로 꿰어집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독자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특히 여성이란 무엇인지 내내… Continue reading 단편소설 «자매의 탄생»

2021년과 2022년 사이

2021년 10월,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외딴섬에 갇힌 표류자가 그저 밀려오는 파도를 관망할 수밖에 없듯이 혼자 유튜브 영상을 켜 놓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김강과 수다를 떠는데, 내 입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의 출처가 유튜브였다는 점을 자각하고는 수치심이 들어서 엉엉 울었다. 설마 북적북적한 사람들 속이 그리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냈다. 지금은… Continue reading 2021년과 2022년 사이

숲길

지난 6월, 우리는 브란덴부르크 템플린(Templin, Brandenburg)행 기차에 자전거 두 대를 실어 여행을 떠났다. 템플린에 도착한 우리는 목적지인 보이첸부르크(Boitzenburg)까지 자전거로 이동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무모한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야 브란덴부르크의 넓은 들판을 양쪽에 끼고 달리는 게 즐거웠지만 그것도 잠시, 두 세 시간만에 금방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쭉 가로등이 없는 국도라서 어둑해지기 전에는 마을에 들어가야 했다.… Continue reading 숲길

하고싶은 인터뷰

이름 : 무스코사 (Muskosa) 나이 : 2007년생 14살 출신 : 한국 충남 계룡산 깊은 골짜기 <무스코사에게 궁금한 점 열가지> 가끔 부엌에서 혼자 자고 싶어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나중에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깻잎이 오빠처럼 집에서 조용히 가고 싶은지 아니면 병원에서 편안하게 가고 싶은지?고양이는 귀신을 볼 수 있다던데 진짜인지?우리와 함께 사는데 불편한 점이 있다면?고향을 떠나 먼… Continue reading 하고싶은 인터뷰

기록

서랍장에서 2018년도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다이어리에는 그해 벌어졌던 사건들이 얇은 펜으로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의 빈틈이 없을수록 연약하게 읽혔다. 글씨도 낯설었다. 왜 낯설을까 생각해보면 이제는 그렇게 예리한 펜은 쓰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얇은 펜은 종이를 죽죽 후벼파는 것 같고- 뭐 또 그럴 것까지 있나 싶어, 언젠가부터는 끝이 동글동글한 볼펜으로 흘려 쓰게 되었다. 개성도 없고 성의도… Continue reading 기록

2020/21년 록다운의 겨울

독일 정부가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 시도에 족족 실패하는 동안 겨울이 다녀갔다. 이번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는데 창가에서 하얗게 변신하는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곤 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동안은 새도 울지 않고, 자전거 탄 사람도 없고, 산책하는 가족도 없으며, 오로지 맞은 편 집 테라스에 나와 눈구경하는 노인들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Continue reading 2020/21년 록다운의 겨울

2020년과 2021년 사이

2020년 여름, 장보러 가는 길에 김강과 나 . 전염병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이전처럼 우연을 기대하며 미지근하게 살다가는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어쩌면 미라가 되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려면 연락을 먼저 하거나 연락이 와야 했다. 그래서 결국 만나면 어색한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상투적인 안부를 주고받았다. 친구가 최근 누구와… Continue reading 2020년과 2021년 사이